1986년, 수학자 리처드 해밍(Richard Hamming)은 벨 연구소에서 은퇴 강연을 했다. 강연 제목은 “당신과 당신의 연구(You and Your Research)”였다. 그 강연에서 해밍은 평생 자신에게 물어온 질문 하나를 공개했다.
“당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? 그리고 왜 당신은 지금 그것을 연구하고 있지 않은가?”
이것이 해밍 질문(Hamming Questions)이다. 나는 이 질문을 처음 LessWrong에서 읽었을 때, 위장을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.
해밍 질문의 힘
해밍의 질문이 강력한 이유는 두 가지 불편한 진실을 동시에 건드리기 때문이다.
첫째, 우리는 종종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. 바쁘지만 중요한 게 아니다. 긴급하지만 가치 있는 게 아니다.
둘째, 우리는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한다. 어렵기 때문에. 실패가 두렵기 때문에. 지금 당장 급하지 않기 때문에.
해밍은 벨 연구소에서 직접 관찰한 패턴을 공유했다[1].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는 지능이 아니었다. 심지어 노력도 아니었다. 차이는 어떤 문제에 집중하느냐였다. 최고의 연구자들은 항상 중요한 문제에 집중했다.
교사로서의 해밍 질문
나는 이 질문을 내 교사 생활에 적용해 봤다. “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?”
처음 떠오른 답들은 표면적이었다. “수업을 더 잘 설계하는 것.” “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높이는 것.” “행정 업무를 줄이는 것.”
더 깊이 생각하니 다른 답이 나왔다. “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그들의 삶에 실제로 의미 있는가?” 이것이 진짜 중요한 문제였다. 그리고 나는 그것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.
해밍 질문의 두 번째 부분이 더 불편하다. “왜 나는 지금 그것을 하고 있지 않은가?” 내 답은: 수업이 진짜 의미 있는지 검증하는 것보다 교과서를 따라가는 게 더 안전하고 쉽기 때문이다. 나는 편안한 길을 택하고 있었다.
LessWrong에서의 해밍 질문 적용
LessWrong 커뮤니티는 해밍 질문을 삶 전반에 적용하는 방법을 탐구해 왔다. 특히 80,000 Hours 프로젝트는 이 질문을 커리어 선택에 적용했다[2]. 핵심 논리는 이렇다: 당신이 잘할 수 있고, 세상이 필요로 하고, 아직 충분한 사람들이 하고 있지 않은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라.
엘리에저 유드코프스키는 이 질문을 더 개인적으로 적용한다[3]. “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10년 후에도 중요할 것인가? 100년 후에도? 나는 지금 내 시간을 가장 가치 있는 곳에 쓰고 있는가?”
ADHD와 해밍 질문의 역설
ADHD가 있는 나에게 해밍 질문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. ADHD의 핵심 어려움 중 하나는 우선순위 설정이다. 모든 것이 동시에 중요하게 느껴지거나, 반대로 아무것도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.
해밍 질문은 이 문제를 직접 공격하는 도구다. “지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는 무엇인가?” 이 질문에 답하면, 다른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진다. 우선순위가 명확해진다.
다니엘 카네만의 연구는 인간이 동시에 많은 것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[4]. 주의 자원은 한정돼 있다. ADHD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. 해밍 질문은 그 한정된 자원을 가장 중요한 곳에 집중시키는 도구다.
해밍 질문을 일상에 적용하는 방법
해밍 질문을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:
월간 해밍 세션: 매달 한 번, 한 시간 동안 다음 질문들을 써 본다. “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? 내 커리어에서? 내 건강에서? 내 관계에서?” 그리고 두 번째 질문: “나는 왜 그것을 하고 있지 않은가?”
에너지 감사: 일주일간 자신의 시간을 기록해 보라. 그리고 각 활동에 물어라: “이것이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가?” 불일치가 보이면, 그것이 변화의 시작점이다.
역방향 해밍 질문: “10년 후 내가 후회할 것은 무엇인가?” 이 질문은 해밍 질문의 다른 형태다.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.
나심 탈레브는 이런 말을 했다: “당신이 무언가를 미루고 있다면, 그것이 당신이 해야 할 일일 가능성이 높다[5].”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종종 가장 어렵고, 그래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들이다.
해밍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. 그 답에 따라 실제로 행동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. 그리고 그 변화는 작게 시작할 수 있다. “내일 30분만,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해 보자.”
참고문헌
- Hamming, R. W. (1986). You and Your Research. Bell Communications Research Colloquium Seminar.
- 80,000 Hours (2023). Career Guide: How to have a high-impact career. 80000hours.org.
- Yudkowsky, E. (2008). Rationality: From AI to Zombies. Machine Intelligence Research Institute.
- Kahneman, D. (2011). Thinking, Fast and Slow. Farrar, Straus and Giroux.
- Taleb, N. N. (2012). Antifragile: Things That Gain from Disorder. Random House.